"동네상권을 핫플로…" 코로나19 거친 대구 골목상권 재도약 안간힘
작성일 2023-09-22 작성자 관리자 조회수 1396
대구시 2년간 골목상권 활성화 76곳 지원·189건 추진
2021년부터 대구에 61개 상인 단체 새로 만들어진 셈

상인 "구성원 서로 합심, 단합하는 자세가 가장 중요"

3일 대구 남구 대명동 물베기골목 입구에 문화예술 복합 거리를 알리는 입간판이 설치돼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지난달 중순 찾아간 대구 남구 대명동 물베기거리 한 음식점에서는 조명 설치가 한창이었다. 해가 진 뒤에도 가게 앞을 밝히기 위해서다. 이 거리에서 최근 입구 주변에 조명을 새로 달았거나 간판을 밝게 정비한 가게는 25곳이다.

지난 2년 새 물베기거리에는 변화가 많았다. 마을 이름에 착안해 만든 캐릭터 '명물이'(명덕역+물베기거리) 조형물이 입구에 자리 잡았고, 그룹 방탄소년단(BTS) 멤버 '슈가' 벽화 골목도 생겼다. 코로나19로 사람들 발길이 뜸해진 동안 거리가 새 옷을 입은 것. 물베기상인회는 상권을 띄울 방법들을 계속 고민 중이라고 했다.

코로나19를 버텨낸 대구 골목상권들이 경기를 되살리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상징 표지를 만들어 거리 분위기를 바꾸거나 자체 행사를 기획하는 식이다. 올해 코로나19 종식 선언으로 엔데믹이 본격화한 데다 지방자치단체 지원이 늘어나면서 거리마다 활기가 돌아올 거란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 부쩍 달라진 남구 물베기거리
물베기거리는 지난 2021년 대구시 '골목상권 활성화 사업' 대상으로 선정된 골목상권 중 하나다. 대명2동 일대에 형성된 이곳에는 경북예술고등학교 앞인 만큼 음식점과 음악 연습실, 악기상 등 130여 개가 들어서 있다.

대구시는 음악예술 업종과 먹거리가 공존하는 특성을 기반으로 종합 문화공간으로 거듭날 잠재성이 있다고 보고 상인단체 조직부터 공동 마케팅, 관광 명소화 등을 집중 지원해 줬다. 상인들은 이를 계기로 상인회를 꾸리고 커뮤니티센터 '물베기 쉼터'를 세웠다.

명물이 캐릭터와 함께 물베기거리를 상징하는 로고(BI)를 개발해 거리 디자인에 적용한 것도 이 사업을 통해서다. 방문객 안내를 돕는 디지털 무인 지도(키오스크)도 설치했다. 지난해 11월 유튜버 '딕헌터'와 협업해 제작한 물베기거리 '먹방' 영상은 조회수 37만회를 넘어섰다.

상인회 움직임도 활발하다. 상인회는 100개 기관·단체와 골목경제 활성화 업무협약을 맺는다는 목표로 전국을 다니고 있다. 지난 5월 청송 주왕산상가번영회와 상호 교류와 협력을 약속했고, 지난해 7월에는 광주 대인동 예술담길번영회와 MOU를 체결했다.

겹경사로 물베기거리는 행정안전부 '골목경제 회복지원 사업' 대상지로 선정, 올해 사업비 9억4천만원을 지원받았다. 이를 통해 온라인 마케팅을 위한 옴니버스 홍보 채널을 구축하고 있다.

상인회는 골목과 가까운 경북예고 혹은 경북여자상업고등학교 졸업생 가운데 화제성 있는 인물을 발굴해 스토리텔링하고 관광 코스로 활용하는 방안 등을 구상하고 있다. 추가로 골목을 대표하는 먹거리를 개발해 특화거리로 조성할 계획이다.

◆ 대표골목 육성 정책에 기대감 상승
 
대구시는 지난해까지 2년 동안 골목상권 활성화 사업 명목으로 76개 골목상권 지원사업 189건을 추진했다. 사업 종류는 상인 단체가 없거나 조직력이 약한 골목을 대상으로 하는 1단계와 상권 안정화를 돕는 2단계, 지역 대표 골목으로 키우는 3단계로 나뉜다.

사업 종류별 추진 건수는 1단계가 67곳(157건), 2단계는 29곳(30건), 3단계는 2곳(2건)이다. 이 중 1단계 사업으로 신규 상인회 61개를 만들어 냈다. 초기 단계 사업 진행은 성과가 있었으나, 3단계 사업 성적표는 기대 이하로 비칠 수 있는 대목이다.

대구시는 상권마다 자생력을 갖추기 위해 상인회부터 꾸려야 한다고 봤다. 지역에 오래된 골목상권이 여럿 분포해 있지만 상인회가 있는 전통시장과 달리 상권 인지도를 높이기 어려웠고, 지원 정책에서 소외되는 경향도 있었다는 게 대구시 설명이다.

실제로 2년 연속 지원 대상에 오른 동구 신암동 신평화골목은 이번 기회에 안내 간판을 만들고 노후한 전선과 천막, 간판 등 환경을 정비했다. 신암성당골목과 연계해 자체 축제 '활력 충전 문화 페스티벌'도 개최했다.

달서구 이곡동 이곡으뜸길은 BI와 캐릭터를 개발한 데다 교차로를 중심으로 일대에 경관조명을 설치했다. 자체 SNS 채널을 운영하면서 대학생 서포터즈도 운영하기 시작했다. 또 남구 대명동 삼각지골목은 SNS 채널을 생성하고 영상을 제작해 온라인 홍보에 힘썼다. 지난해에는 '삼각지 맛따라 길' 디자인을 개발해 홍보 물품을 제작하고 버스킹 행사도 열었다.


3일 대구 남구 대명동 물베기골목이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 올해도 변화 준비… 숙제는 단결력
올해도 8개 골목이 사업 대상으로 새로 선정돼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 대구시는 지난달 ▷달서구 장기먹거리촌 ▷달서구 파도고개길 ▷동구 송라로골목 ▷북구 산격허브로골목 ▷북구 칠성가구거리 ▷서구 내당제일골목 ▷수성구 지범골목 ▷중구 김광석길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주변 지역까지 사업 영향이 확산할 만한 상권을 우선했다는 게 대구시 설명이다. 이들 골목상권 상인회는 저마다 사업 계획을 짜고 있다. 상인들 사이에서는 당장 매출 상승과 같은 실질적 효과를 체감하기 힘들지만 골목 구성원이 모여 상권 활성화를 위해 의논할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이재덕 칠성가구거리상인회장은 "가구거리가 생긴 지 50년이 넘었는데 그동안 상인 단체가 없었다"면서 "최근에는 온라인 쇼핑몰이 성장하면서 오프라인 시장 상황이 힘들어졌다. 전통시장처럼 지원받고 싶어도 그런 기회가 적고, 전통시장으로 등록하고 싶어도 구성원 동의를 받는 등 조건을 충족해야 해 쉽지 않았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같은 거리 안에서 장사해도 서로 얼굴도 모르는 사람이 많았는데, 상인회를 꾸리고 모이기 시작하면서 공동체 의식이 피어나고 있다"면서 "활동을 지속하면서 상인회에 참여하는 상인들도 점차 늘어날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회성 지원에 그치지 않으려면 상인들이 가게를 잘 경영하고 온라인 채널도 운영할 수 있도록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유병선 초대 물베기상인회장은 "이제 거리가 서서히 알려진다고 느낀다. 2년 정도만 지나면 지역을 대표하는 골목이 될 거라 기대하고 있다"면서도 "연령대와 무관하게 생계에 바빠 사업에 관심을 두지 않는 이들이 많다. 상권 활성화를 위해서는 상인들이 서로 합심하고 단합하려는 자세가 가장 중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출처 : 매일신문, 정은빈 기자 / bean@imaeil.com / 입력 : 2023년 07월 09일
"동네상권을 핫플로…" 코로나19 거친 대구 골목상권 재도약 안간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