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115] 「대구 골목상권 싹쓸이하는 중형마트 시장 500m 내 마트 7곳, 2곳은 연중무휴 영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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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18-04-25 작성자 관리자 조회수 971 |
대구지역 전통시장과 영세 골목상권이 새로운 '유통 공룡' 중형마트에 잠식당하고 있다. 대형마트들이 의무휴일제 등 유통산업발전법으로 주춤한 사이 동네마다 식자재마트, 대형 슈퍼마켓, 대형 생활용품 할인매장 등 규제 사각지대에 있는 중형마트들이 들어서 상권을 싹쓸이하는 것이다. 더욱이 이들 가운데 일부 업체는 전국 체인망을 갖추고 대기업급 규모로 운영돼 골목상권 초토화의 주범으로 떠올랐다. ◆중형마트에 둘러싸인 전통시장 60여 개 점포가 있는 대구 북구 대현동 동대구시장 반경 200m 안에는 대형 슈퍼마켓만 3개가 있다. 시장 입구 쪽에는 '없는 것 빼고 다 있다'는 대형 생활용품 할인매장도 있다. 반경 500m까지 범위를 넓히면 대형 슈퍼마켓이 추가로 3개나 더 있다. 동일 시장권에 7개의 중대형 마트가 있는 셈이다. 심지어 이 가운데 두 곳은 365일 24시간 영업을 한다. 상인 A(41) 씨는 "처음에는 시장 물건과 마트 물건은 다르다고 생각했는데 마트나 생활용품 할인매장에서 시장과 똑같은 상품을, 그것도 더 싸게 파는 경우가 많아 놀랐다. 내가 소비자라도 마트를 이용할 것 같아 시장 상인들은 손해 보고 팔아야 할 처지"라고 하소연했다. 쌀가게를 운영하는 B(28) 씨는 "가게 개점 시기와 식자재마트 신규 입점이 맞물려 무척 힘들었다. 시장을 이동통로로 이용하는 유동인구를 상대로 장사하고 있지만 시장 규모가 점점 줄어드는 게 피부로 느껴져 미래가 고민된다"며 한숨지었다. 이런 상황은 동대구시장뿐만 아니라 대구지역 상당수 전통시장에서 벌어지고 있다. 주변에 대형 슈퍼마켓과 대형 생활용품 할인매장이 들어서면서 취급 품목이 겹치고, 심지어 가격조차 전통시장에 비해 저렴한 경우가 많아 경쟁에서 살아남기 쉽지 않다. 김영오 대구시상인연합회장은 "요즘 대형 슈퍼마켓들은 개인이 운영하더라도 다양한 정보망을 통해 저렴한 유통망을 이용하기 때문에 시장과 같은 품목을 취급하게 되면 시장이 경쟁에서 질 수밖에 없다. 식자재마트나 대형 슈퍼마켓이 시장 인근에 생기면 매출에 큰 타격을 입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전통시장이 살아남을 해법은?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이 가장 두려워했던 상대는 대형마트였다. 하지만 이들 대형마트는 2012년 이후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대형마트 매출은 2013년 -8.4%, 2014년 -3.3%, 2015년 -1.5%, 2016년 -0.8%, 올해 -1.9% 등 마이너스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2012년부터 연면적 3천㎡ 이상 대형 유통매장의 24시간 영업 규제와 의무휴업일 지정 등의 내용을 담은 유통산업발전법이 계기였다. 유통산업발전법의 취지는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을 살리자는 데 있었다. 하지만 영세상인들의 숨통이 트이기 무섭게 규제 사각지대의 중형급 유통업체가 상권을 장악하기 시작했다. 틈새시장을 가장 발 빠르게 공략한 유통업체는 '식자재마트'였다. 칠성시장과 서남신시장 등 전통시장 인근에 대형마트 못지않은 규모의 식자재마트가 들어서면서 상인들은 거세게 반발했다. 이에 대구시는 2015년 전국 최초로 식자재마트 등 변형 기업형 슈퍼마켓(SSM) 입점을 제한하는 조례를 제정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조례 제정 이후에도 규제를 비켜가며 식자재마트나 대형 슈퍼마켓은 우후죽순으로 생겼고, 정확한 현황 파악조차 되지 않고 있다. 한국체인스토어협회에 따르면 전국 대형마트와 SSM 주변 330㎡ 이상 식자재마트와 대형 슈퍼마켓 출점 현황을 조사한 결과 2011년 434개에서 2014년에는 1천255개로 3배 가까이 늘어났다. 체인스토어협회 관계자는 "조사 방식이 대형마트와 SSM 인근 중형마트 수를 파악한 것이기 때문에 골목상권까지 포함한다면 실제로는 훨씬 많을 것이고, 증가세가 워낙 가팔라 현재는 숫자를 추정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대형 슈퍼마켓 등 중형마트의 현황 파악과 골목상권 보호를 위한 구체적인 규제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장흥섭 대구전통시장진흥재단 원장은 "대구지역 전통시장과 상점가 143곳 중 주변 대형 점포를 상대로 경쟁력을 갖춘 곳은 36곳에 불과하다. 청년상인들을 전통시장에 유입시켜 젊은 손님을 불러들이는 등 전통시장이 경쟁력을 키울 수 있도록 각종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매일신문 김봄이 기자 bom@msne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