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120] 「서민경제의 터전, 전통시장」 '돔배기 천국', 영천공설시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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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18-04-25 작성자 관리자 조회수 599 |
조선시대 '영남 3대 시장' 중 하나영천장-영천읍내장-영천공설시장으로 이어지는 명맥...돔배기·한우 등 유명
17일 오전 11시 오일장이 열린 영천공설시장에서는 시장 입구에서부터 사람들과 상인들로 북적였다. 시장 앞 길가에는 오일장 상인들이 펼쳐놓은 좌판이 가득했고, 사람들은 장을 구경하며 신선한 상품을 구매했다. 영천공설시장의 대표상품인 돔배기 시장 안으로 들어서자 다가오는 설이 실감나듯 돔배기를 찾는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시장을 찾은 신근섭(58) 씨는 “옛부터 ‘잘 가는 말도 영천장, 못 가는 말도 영천장’이라는 말이 있다. 인근에서 갈 곳은 영천장 밖에 없다는 뜻으로 이곳(영천장)은 예부터 명성을 떨친 시장이다”라며 “그 중에서 특히 돔배기는 영천시장의 대표 상품이기 때문에 명절에는 꼭 돔배기를 사러 곳곳에서 사람들이 영천시장에 온다”고 말했다. 조선시대 약령시, 안동장과 함께 ‘영남의 3대 시장’으로 명성을 누린 곳이 바로 ‘영천장’이다. 영천장은 경북 영천이 가지는 지리적인 이점과 풍부한 농수산물을 바탕으로 전국곳곳에서 사람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고 한다. 영천장의 명맥은 ‘영천읍내장’으로 이어졌고, 현재 영천읍내장은 영천공설시장이 대신하고 있다. 영남 3대 시장의 명성을 그대로 이어 받은 영천공설시장은 농산물과 수산물의 집산지 역할을 오래 해온 시장이다. 특히 이 시장에서는 경북 지역 제사상에서 빠져서는 안 되는 음식인 ‘돔배기’를 전국에서 가장 많이 판매하고 있는 곳이다. ◆동해안과 경북을 아우르는 유통의 집약지 ‘영천’을 대표하는 시장 경북도 영천에 위치한 영천공설시장은 1955년 정식으로 개설됐다. 현재 점포수는 총 214곳으로, 면적은 1만1천900㎡에 달한다. 주요 판매 품목은 돔배기를 비롯한 농산물과 해산물, 한약재, 한우 등이다. 영천공설시장은 시장으로 명성을 떨친 영천에서도 가장 대표되는 시장으로 오랜 역사를 지내온 영천 읍내장의 명맥을 이어받았다. 이 시장이 ‘영남 3대 시장 중 하나’로 꼽힐 수 있었던 것은 지역의 지리상 풍부했던 농산물과 해산물이 가득했기 때문이다. 산으로 에워싸인 분지인 영천지역은 예부터 농산물이 풍부했으며, 동해와 대구 사이에 위치해있고 아래에는 경주와 포항이 있었기 때문에 상업적으로 중간지 역할을 해왔다. 덕분에 영천에는 벌꿀을 비롯해 인삼, 송이, 산약 같은 다양한 농산물은 물론 동해안에서 잡은 해산물을 의성, 칠곡, 경산, 달성 등으로 공급하면서 항상 신선한 해산물이 가득했다. 이 때문에 풍부한 농수산물을 거래하기 위한 시장이 영천 지역에 많이 생겨난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다. 조선시대에는 영천 읍내장을 비롯해 묵석장, 신녕 읍내장, 황지원장, 고현장 등 모두 5곳에서 큰 장이섰다. 그러다 19세기에는 11곳으로 늘어났고,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이후에도 호황을 누렸다. 영천에서 나고 자랐다는 배성표(69) 어르신은 “70년대 전까지만 해도 영천은 눈에 띄는 곳마다 시장이 있었고, 항상 사람들이 가득했다”며 “신선한 해산물과 농산물이 다 이곳으로 왔기 때문에 영천 장날은 경상도부터 충청도, 전라도까지 전국에서 사람들이 몰려들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1970년대 이후부터 인구가 감소하고 유통구조가 변화하면서 한 때 15곳에 개설됐던 시장이 2000년대 이후에는 ‘영천시장’과 ‘신녕시장’, ‘금호시장’ 3곳만 남게 됐다. 영천 읍내장과 함께 개설됐던 우시장은 현재 영천축산시장으로, 약재시장은 영천한약유통단지로 변했다. 영천공설시장은 한국전쟁이 마무리되고 난 후 1955년에 창구동 조양각 앞에서 금호동 남쪽에 있는 완산동으로 시장을 이전했다. 이후 2005년 시장의 현대화 작업을 통해 아케이드를 비롯한 편의시설이 정비됐다. 현재는 4구획으로 나뉘어져 점포가 운영되고 있다. 영천공설시장상인회 관계자는 “제1지구는 곡물을 중심으로 판매하는 점포가 주로 운영되고 있고, 제2지구는 건어물과 수육, 곰탕과 같은 먹을 것들을 주로 판매한다. 제3지구에는 생활에 필요한 각종 잡화 등을 판매하는 점포들이 위치해 있으며, 제4지구는 의류와 신발을 비롯해 영천공설시장의 대표인 어물을 파는 점포가 모여 있다”며 “또한 이 시장에는 약 20곳의 점포가 모여 있는 ‘돔배기 시장’이 있다”고 설명했다. ◆경상도 대표적인 의례음식 ‘돔배기’의 최대 판매처 영천공설시장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단연 ‘돔배기’이다. 소금에 절인 상어고기를 가리키는 돔배기는 경북도 지역의 제사상에는 항상 오르는 의례음식으로, 영천의 대표 음식이자 영천공설시장의 대표 상품이다. 돔배기라는 이름은 고기를 썰 때 나는 ‘돔박’, ‘돔박’ 소리 때문에 지어졌다는 말도 있고, ‘돔발상어’에서 나온 말이라는 유래도 있다. 돔배기는 대부분 경상도 일대에서만 유통되는 의례음식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곳이 바로 영천공설시장이다. 희재어물 김영희(47·여) 씨는 “냉장 운반 시설이 없던 시절에 동해안에서 잡은 상어를 다른 지방으로 옮기기 위해서는 고기가 썩지 않도록 염장을 해야 했다”며 “동해안 바다에서 잡아온 상어를 영천에 모아 염장을 한 후 전국으로 이동됐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영천시장이 돔배기의 대표 시장이 됐다”고 밝혔다. 영천공설시장상인회에 따르면 돔배기 시장에서는 현재 20여 곳의 돔배기 점포가 성업 중이며, 이 시장에서는 전국 판매량의 50% 정도인 연간 500여 톤의 돔배기가 판매된다. 최근에는 돔배기가 성인병 등에 좋은 웰빙식품으로 인기를 얻으면서 전국적으로 유통되고 있다. 신태연(74·여) 어르신은 “경상도에서는 ‘돔배기가 없으면 제사 못 지낸다’고 할 만큼 중요한 의례음식이다”라며 “다가오는 설 제사상에 신선한 돔배기를 올리기 위해 논실에서 1시간 30분정도를 달려 일부러 영천공설시장을 찾아왔다”고 말했다. 영천공설시장에는 돔배기 외에도 전국 한우사육 가구의 20% 이상(2012년 통계청 자료)을 차지하는 경북산 한우도 유명 특산물 중 하나이다. 이에 현재까지도 시장 내에서는 곰탕골목이 형성되고 있고, 소머리국밥이 인기 음식이다. 대구전통시장진흥재단 장흥섭 원장은 “영천공설시장은 제수용품과 돔배기를 전문 취급하는 시장으로 명절에 특히 인기를 얻는 시장 중 하나”라며 “지방시장 중에서는 규모도 굉장히 크고 시설도 현대화사업으로 깔끔하게 정비돼있으며, 상인회나 역사 등 모두가 갖춰있어 기본이 돼 있는 시장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디지털경제 김지은·박상희 기자 kje@deconomic.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