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223] 「서민경제의 터전, 전통시장」 김광석길이 흥해도 살아나지 못하는 '방천시장', 새로운 활로 모색이 필요한 곳 |
---|
작성일 2018-04-25 작성자 관리자 조회수 1042 |
1960년대 싸전과 떡전으로 유명한 시장...지자체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활성화가 잘 안돼
김광석길의 인기로 임대료 치솟으며 상인들 떠나 대구도심을 남북으로 흐르는 신천과 동서로 달리는 달구벌대로가 만나는 수성교 옆에 위치한 방천시장은 1945년 광복부터 한국전쟁까지 나라의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해온 시장이다. 오래된 쇠락의 길을 걸어온 방천시장은 김광석다시그리기길(이하 김광석길) 조성 등 다양한 활성화 방안이 마련됐지만 현재까지도 많이 침체돼 있는 시장이다. ◆광복과 함께 생성된 후 전쟁 이후 가장 활발했던 시장 신천제방을 따라 개설된 시장이라 해 방천시장으로 불리는 이곳은 1945년 광복 후 일본과 만주 등지에서 돌아온 전재민들이 장사를 시작하면서 생성된 시장으로, 당시 수성교에서 남쪽으로 방천을 따라 약 500m의 거리로 운영됐다. 방천시장은 이후 한국전쟁 때 피난민들이 이곳 주변을 생활의 터전으로 삼으면서 크게 발달하기 시작했다. 당시 이곳은 호남과 나주 등지에서 나는 곡물들까지 판매되는 활발한 시장이었기 때문에 경산과 고산, 청도에서 사는 사람들까지 이 시장을 찾아왔다. 방천시장에서 태어나 자랐다는 박종민(59) 씨는 “옛날에는 이 주변에 나무들도 많았고, 신천에는 아이들이 항상 물놀이를 하고 놀았다”며 “한 때 방천시장은 대구에 서문시장, 칠성시장과 더불어 대구를 대표하는 시장으로 손꼽혔는데 지금은 시장 상권이 거의 다 죽어서 예전의 시끌벅적한 장터의 모습은 찾을 수 없다”고 말했다. 1960년대 방천시장은 싸전(쌀과 그 밖의 곡식을 파는 가게)과 떡전(떡을 파는 가게)으로 유명했고, 한 때는 점포수가 1천개가 넘을 정도로 큰 규모의 시장이었다. 하지만 90년대 유통구조가 변화하면서 다른 유통업에 밀려 쇠락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박종민 씨는 “인근에 대형마트랑 백화점이 생기면서 시장에 사람들이 더욱 줄기 시작했고, 경기불황까지 겹치면서 사람 보는 게 어려운 시장이 됐다”고 말했다. 현재 방천시장은 시장의 시설정비가 대부분 이루어지지 않은 열악한 환경에서 130여개의 점포와 노점 10여개가 남아있다. 그마저도 점포의 절반 정도는 비어있는 상태로, 운영을 하고 있는 점포는 65개뿐이다. ◆화려한 김광석길과는 다르게 여전히 침체기를 맞고 있는 방천시장 오랜 시간 침체기를 겪은 방천시장에 예술과 문화가 들어온 것은 지난 2009년부터였다. 쇠락해가던 방천시장을 새로운 문화예술장터의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중구청이 활성화 사업을 시작한 것. 2009년 2월부터 9월까지 진행된 ‘별의별 별시장 프로젝트’ 사업은 2011년 세계육상경기대회를 앞두고 주요 마라톤코스인 방천시장 인근의 열악한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추진됐다. 이 사업은 침체된 방천시장 빈 상가를 활용해 지명도 있는 지역 예술가들에게 예술창작공간을 제공하고 예술가와 상인들의 교류의 장을 만들었다. 또한 시장 환경을 개선하고 주말 야시장을 여는 등 다양한 사업을 추진했고, 이로 인해 방천시장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전통시장을 지역 문화공간으로 활성화하기 위해 추진 중인 ‘문전성시 프로젝트’사업에 선정됐다. ‘문전성시(문화를 통한 전통시장 활성화 시범사업) 프로젝트’는 시장 상인과 예술가 상인이 중심이 돼 전통시장의 새로운 형식을 제시하고, 문화예술장터로 새롭게 태어날 수 있도록 하는 사업이다. 대구시 중구청 관광계발과 박찬주 담당은 “2010년부터 2012년까지 진행된 이 사업을 통해 방천시장은 시장 게이트 설치와 가판대 디자인 개선 등 대대적인 환경개선이 이루어졌고, 한 쪽 골목길에는 김광석을 테마로 한 ‘김광석다시그리기길’이 조성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같은 많은 활성화 사업이 진행됐음에도 불구하고 방천시장은 여전히 침체기에 서있다. 활성화 방안 중 하나로 조성됐던 김광석길이 대구의 새로운 명소가 되면서 찾아오는 이들은 늘긴 했으나, 그에 따른 부작용이 생겨난 것. 대성상회 박연자(69·여) 씨는 “김광석길이 관광명소로 이름을 날리니까 땅 주인들이 임대료를 엄청 올리기 시작했다”며 “이에 시장을 함께 일궈왔던 기존 상인들은 치솟는 임대료를 감당 못해서 대부분 이 시장을 떠났다”고 말했다. 실제 김광석길의 인기로 시장 곳곳에서는 젊은이들의 창업 점포와 특색 있는 카페, 간식점포, 갤러리 등의 문화공간이 들어섰지만 시장의 기능은 좀처럼 이뤄지지 않고 있다. 오승호(27) 씨는 “김광석길에 왔다가 방천시장에 들리게 됐는데 처음에는 이곳이 시장인 줄 몰랐다”며 “몇몇 가게에서 채소를 팔고, 상회 같은 점포가 있기에 그제야 시장인 줄 알았다. 화려한 김광석길과 대비돼서 그런지 시장이 더욱 어둡고 슬픈 느낌이 난다”고 말했다. 대구전통시장진흥재단 장흥섭 원장은 "방천시장은 시와 구청의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활성화 되지 못한 시장 중 하나"라며 “좀 더 시장에 적합하고 시장에 맞는 활성화 방안이 있어야 하며, 시장 내에서의 노력도 아주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박찬주 담당은 “김광석길만큼 시장이 활기를 띄지는 않지만 김광석길이 생기면서 그래도 방천시장 안에 방천아트마켓, 카페, 식당 등이 많이 생겨났다”며 “방천시장과 인근 지역이 함께 상생할 수 있도록 다양한 활성방안을 연구 중이다”고 밝혔다. 디지털경제 김지은 기자 kje@deconomic.co.kr |